모두가 바쁜 요즘은 커피 한 잔의 만남 조차도 계획하고, 조정하며 갖게 된다. 우리가 weekend 혹은 holiday라고 부르는 주말도 평일에 하지 못했던 일들을 마무리하는 그저 평일의 연장선인 경우가 많다. 안타깝지만 이렇게 바쁘더라도 부족한게 시간(이라고 더욱 느끼는 요즘)이다. 혹시 시간에 대해 부족함을 느끼고 싶지 않다면 두가지 중 하나의 선택을 하면 된다. 나태해지거나, 더욱 부지런해지거나. 나는 후자를 선택한다. 발전을 위해, 즐거움 위해 조금 더 일찍 일어나고, 조금 더 분주히 움직이는 후자 부지런함을 선택한다.
하지만 가끔은 부지런함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단 '날려먹는' 경우는 아니다. 날려먹는다는 것은 잘해내다가 포기하는 상황에 쓰는 말이다. 힘들다는 이유, 지친다는 핑계로 도중에 손을 놔버리는 경우 말이다. 내가 말한 부지런함을 포기하는 경우는 단 하나를 위해 온전히 쏟아내는 상황이다. 사랑하는 무언가를 위해 좋음을 포기하는 것, 소중한 것을 위해 등을 돌리는 것, 행복을 위해 잠시 미뤄두는 것.
이런 비장한 서론의 주제는 도대체 무엇인가! 부지런함을 포기한 그 무엇! 단 하나를 위해 온전히 쏟아낸 그 무엇! 그것은 바로 엄마의 생일이다! 약간 떨떠름 할 수도 있겠지만 사랑하는 엄마를 위해 좋아하는 연습을 포기하는, 소중한 추억을 위해 널려있는 일거리들을 쳐다보지 않는, 행복한 오늘을 위해 꽉 들어찬 레슨을 미뤄둔 이유가 엄마의 생일을 말하기 위해서였다! 약간 과한 서론이었지만 그만큼 소중한 선택이었음을 강조하고 싶었다.
위에서 말했지만 주말은 그저 이름만 주말이다. 쉴 수 있는 시간보다는 정리하고 수습해야 할 일들이 더 많고, 이 때 처리해버리지 않으면 돌아오는 평일이 더욱 바빠지게 된다. 그래서인지 가족들과 함께하는 식사자리는 점점 더 적어지게 되었고, 영화 한 편 보러가기는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된 것 같다. 이 부분에 대해 언니 역시 공감을 했고, 감당해야 할 스케쥴이 겁나더라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하루를 통채로 비우는 과감한 선택을 하게 된 것이다.
이 과감한 선택의 결말은 퍼펙트였다. 젊음의 에너지가 넘치는 홍대 구경, 엄마의 감탄이 나온 디너, 맛도 분위기도 충분했던 스카이라운지까지. 준비한 선물 역시 마음에 쏙 든다며 좋아라 하셨고, 원래도 예쁜 엄마가 활짝 웃으니 더 예뻐서 그야말로 완벽하지 않을 수 없었던 하루였다. 하지만 집에 돌아오는길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완벽했다지만 우리의 이전도 완벽했을까? 이제껏 어느 특별한 날, 단 하루만 의미있는 시간을 보냈는데 이것이 완벽일까? 만약 일년 중, 행복의 만끽을 고작 몇 번 느낀다면 과연 이것이 완벽한 행복일까?
더 나은 무언가를 위해 소중한 것을 놓치고, 더 높은 어딘가를 위해 사랑하는 것들을 지나친다면 그것은 본질적으로 무의미한 일이 되어버린다. 현명한 사람들은 기본적인 것을 잊지 않고, 기초적인 것을 잃지 않는다. 화려함을 얹기 위해 베이스를 단단히 하는 것, 더 많은 것으로 부풀리기 위해 내실을 채우는 것, 강력한 에너지를 뿜어내기 위한 꾸준한 힘을 기르는 것, 특히 인생의 궁극적 본질인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행복을 놓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 자신에게 바라는게 있다면 행하는 본질을 아는 현명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무엇을 위해 바빠야하고, 무엇을 위해 발전하려 하는 것인지를 아는 사람 말이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들을 먼저 돌보는, 이들과 보내는 시간에 애쓰는, 훗날 미련이나 아쉬움이 없도록 지금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앞으로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특별함을 찾아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축하해야하는 날이 아니더라도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가고, 기뻐해야하는 날이 아니더라도 함박웃음을 지으며 사진을 찍기로! 이 분명하고도 당연한 본질을 이제 깨달은 멍청이지만 이제라도 알았으니 마냥 좋고 그저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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