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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보석: 추억/글

다시 찾아온 봄날

by estherjo.trumpet 2017.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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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 쓰는 나의 글은 일기보다 기록에 가깝다. 내가 느꼈던 감정, 생각, 배움 혹은 깨달음, 반성 등 성장의 기록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그날 찍었던 사진과 간단한 메모 정도 남겨둔 뒤, 틈이 날 때마다 글로 다듬는다. 번거롭지만 이렇게 글을 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취미를 중독으로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완성에 임박하게 될 땐 흥분한 작가마냥 한두시간을 몰두해서 쓰기도 한다. 하지만 블로그는 그저 취미꺼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간과하면 안된다.

꽂히는게 있을 때 당장 해버려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은 취미 앞에서 약점이 되버린다. 특히 극단적인 실행력의 폐해를 잘 알고 있는 나로서는 취미를 취미로만 즐길 제어 시스템이 필요하다. 앞으로도 청춘의 기록들을 열심히 적어보려고 한다. 하지만 악착같이 매달려야하는 과제가 아니므로 취미라는 이름 하에 최선을 다해 즐기되 절제하는 내가 되길 바란다. 우선 순위가 무엇인지, 시작한 목적이 무엇인지, 하려는 본질이 무엇인지 잊지 않으며 말이다!

최근에 TED에 올라온 유튜버 김아란씨의 영상을 보게 되었다. 머리를 한대 맞은 것과 같이 큰 충격을 준 주제이자 내용이었다. 많은 분들에게 영상을 권유하고 싶다. 생각하는 시야의 차이를 경험할 수 있게 될 뿐더러 나눔에 대한 깊은 반성과 도전을 얻게 될 것이다. 영상을 보며 얻은 자극으로 나에게 되물었다. "왜 여태껏 나누질 못했었니?" 지금까지 나는 무엇을 나눠봤을까, 왜 나누며 사는 삶을 생각해보지 않았던걸까, 앞으로 내가 나눌 것이 무엇이고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나누어야할까.

'거저 주신 아름다운 것들'이라. 트럼펫을 불 수 있는 달란트, 피아노를 칠 수 있는 것, 글쓰기를 좋아하는 점, 많은 옷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 가르치는 것을 좋아하는 점, 영상 및 사진 다루는 달란트가 있다는 것, 누군가의 이야기에 귀기울여 듣는 점, 자료나 물건 정리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이외 오늘이라는 하루를 갖게 된 것, 생각할 수 있는 머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 그것들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입을 가지고 있다는 것, 직접 돈을 벌 수 있다는 것. 이미 나에게 '거저 주신 아름다운 것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분명 하나님께서 주신 이 축복들을 다른 이들에게 나눠주라고 주신 축복일 것이다

굳은 다짐을 곁들이고 나눔의 실행을 시작했다. 첫번째 나눔은 바자회. 이 글이 올라가기 전에 바자회를 하게 될 것 같다. 분명 대성공으로 마쳤으리라 믿는다. 또 하나는 문화나눔을 계획하고 있다. 5월 13일, 14일 저녁 6시에 양재 M극장에서 무용수인 친언니와 함께 공연을 하게 되었다. 공연티켓을 나눠보려고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새로만든 폴더 It's your place에 가서 확인해보면 될 것 같다. 아직은 바자회나 문화나눔 밖에 할 수 없는 나이지만 앞으로는 더 많은 것을 나누고 싶다. 가진 것 그 이상을 나누고, 할 수 있는 그 모든 것을 아낌없이!

부족하고 부끄럽지만 내가 자주하는 묵상도 나눠보려고한다. 요즘 일상의 일부분을 차지하는 기도인데 (욱별이 올라오는) 화가 나는 상황이나, 고구마를 먹은 듯 억울한 상황 혹은 내 기준으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답답한 상황에서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를 생각하는 것이다. 예수님을 닮아가길 원한다는 생각, 마음, 기도를 가지고 있으면서 모습, 행동, 표현들이 그렇지 않으면 이 얼마나 모순적일까 싶다. 아니, 모순 이상으로 크리스천이 할 수 있는 최악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런 묵상을 했다기에 내 자신은 너무나도 부족하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이 곳에 한번이라도 더 말해놓는다면 더 나은, 더 노력하는 내가 되지 않을까 싶다. 어리석은 나의 판단을 믿지 않는 것, 그 판단으로 인해 상처받을 상대를 먼저 생각하는 것, 그 생각 이상의 사랑으로 품어 안아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작은 것 하나까지도 예수님을 닮아가는 것. 그래서 그리스도의 향기를 멀리, 널리 풍겨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다시 찾아온 봄날'이라는 제목이 참 마음에 든다. 하지만 봄날치고 이번주 내내 너무 흐린 날씨였다. 꽃이 핀건 오래 됬지만 미세먼지와 계속되는 비 때문에 봄이 온 것 같진 않았다. 자칫하면 벚꽃 앞에서 사진 한 장 못찍고 넘어갈 뻔했다. 다행히 샘블리의 부지런함 덕분에 놓치지 않고 벚꽃을 볼 수 있었다. 더 맑은 날씨였다면 좋았으련만 아쉬움이 남는다.

잔뜩 올라온 오늘의 사진은 현충원 꽃놀이 사진이다. 일년에 한 번 보는 귀한 풍경을 놓치는 바보가 되지 않기 위해 시간을 내서 꽃놀이를 왔다. 언니와 나의 활동시간이 애매하게 엇갈려 약속 시간을 오후 5시로 정했다. 해가 다 져버리면 어쩌나 발을 동동구르며 준비하는 참에 사진동아리에서 나오신 어머님 한 분이 다가오셨다. "실력이 있는 작가는 아니지만, 예쁜 두자매의 모습을 담아드리고 싶어요."

낯선이의 갑작스러운 호의에 의심과 경계를 품지 않을 수 없었지만 대화를 나눠보니 자신의 달란트로 사랑을 나누는 젊은 아주머니셨다. 이렇게 순수하고 따뜻한 분이 아직 계시다는게 놀라웠고 이런 마음 앞에서 의심이 앞섰던 내 자신이 안타까웠다. 그런 아주머니께 보답해드리는 것은 우리가 모델이 되어드리는 것이었고 흔쾌히 수락을 했다. 죄송스런 마음을 대신해 활짝 웃는 미소로 답해드렸는데 마음에 드셨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사진을 받고 난 뒤 알아챘다 예쁜 사진 잔뜩 찍은 땡잡은 날이었다는 것!)

오늘 만나게 된 아주머니의 모습은 '거저 나눔'의 실현같았다. 하나님께서 주신 본인의 재능으로 아무 댓가없이 나누며 살아가는 모습. 나는 과연 따가운 눈초리에 굴하지 않는 용기, 아무 댓가와 보상없이 나눌 수 있는 풍요로운 사람일까? 만족하지 못하고 더 가져보려는 그 마음이, 애를 쓰는 그 마음이 얼마나 나약하고, 가난한가. 물건뿐만 아니라 이익, 감정, 소유, 목표, 자기자신에 대한 기대치를 모두 포함한다. 작은 것을 움켜쥐려하고, 많은 것을 베풀지 않는 슬픈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지 않길 바란다. 초등학교 5학년때부터 꾸준했던 "한번 사는 인생 행복하게, 후회없이, 추억많이 만들며 살아가자"라는 나의 좌우명이 올해 조금 바뀔 것 같다. 나눔과 선교에 대한 추가사항이 생길 것 같다. 혹시 완벽한 문장으로 만들어지게 된다면 블로그에 소개해놓겠다. 사진만 봐도 따뜻함이 묻어나오는 요즘은 만개한 벚꽃처럼 하루하루가 풍성하다. 긴 겨울 끝에 찾아온 봄날이 감사하고, 봄이 주는 따뜻함을 나누며 더욱 따뜻한 인생을 살아가자는 인사로 글을 마무리한다. 이 글을 보는 당신에게도 더없는 행복이 있길 기도하고 축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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