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새 가을이 왔나보다. 쳐다보지도 않던 옷들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한번 입고, 아니 한번 조차 입지 못한 옷들이 수두룩하더라. 이게 뭐라고 쌓아두고 사는지, 이게 뭐길래 만족하지 못하는지 참. 좀 더 현명하게, 보다 똑똑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되고싶다. 최근에 안입는 옷들을 벼룩마켓으로 판매할까 생각했었다. 해보고 싶은 버킷리스트들 중 하나인 마켓사업. 많아야 두번, 한번조차 입지 않은 옷들이 많은데 시도해볼만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문득 '그저 나누면 될 것을 욕심에 앞선 고생을 하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맞다. 몇달도 안된채 잊어버린 것 같다. 분명 소유보단 나눔을, 욕심보단 베풂을, 움켜쥐는 것이 아닌 흐르는 것을 택한 나인데.
한바탕 옷들과의 전쟁을 치뤘다. 옷걸이에 다시 걸고 싶은 옷들이 눈에 밟히지만 하나씩 개는 중이다. 나보다 더 잘 입을 수 있는, 나보다 더 잘 어울리는, 나에게 받을 때 좋아라 할 동생을 생각하면서. 입꼬리가 쌜룩거리고, 의미심장한 미소와 함께 뿌듯한 감정이 올라온다. 비로소 나로 돌아온 기분.
am 2:13, 창 밖에서 불어오는 밤공기가 다소 차다. 기분탓이 아닌 정말 가을이 온 것 같다. 트렌치코트 하나로 멋스러워지는 계절, 낙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계절, 결코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계절, 가을 말이다. 무소유를, 무욕심(?) 을 주장해도 새로운 가을 옷을 입고 싶은건 어쩔 수 없다. 어휴 참, 일기 막바지에 이르니 눈이 반쯤 감겨있다. 옷들과의 한바탕 소동으로 노곤해진 몸이 더욱 무거워진다. 안되겠다, 이제 빨리 자야겠다. 항상 끝은 확실하게 빠르게 그럼 굿나잇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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