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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보석: 추억/글

생각정리를 할 수 있는 곳

by estherjo.trumpet 2017. 8.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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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버스를 타면 밀렸던 글쓰기에 정신이 없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다니 좋지 않을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주어지는 정지된 시간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답답한 곳, 지루하기 짝이 없는 시간이라며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지쳐있던 혹은 다쳐있던 마음을 다독일 수 있는 아주토록 필요한 시간이다. 영화를 보며 즐거운 휴식을 취할 수 있고, 책을 읽으며 교양을 쌓을 수 있는 또 나와같이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그런 시간이 바로 버스 안의 시간, 정지된 시간이다. 스마트폰 때문이라지만 자판 소리 하나 없는 고요함은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나를 차분하게 만든다. 지난 속초여행을 가며 느꼈지만 버스 안 만큼 생각정리가 잘되는 공간은 없는 것 같다. (물론 샤워할 때도 참 좋지만) 오늘은 그동안 밀린 글을 다 써버릴 작정이다. 밀린 글을 한꺼번에 쓰고 싶다는건 그만큼 내 마음에 묵혀둔 생각들과, 묶어둔 감정들이 너무 많다는 뜻이긴 하다. 그래서 조금 착잡스런 마음이 없지 않아 있다. 그럼에도 해소할 수 있다는 결말이니 우울치만은 않다. 블로그보다도 애정하는 공간을 소개하자면 나의 인스타 비밀계정이다. 감정의 잔해들을 토해낼 수 있는 나만의 공간. 최근에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블로그를 시작한 뒤 인스타그램 일기장에 소홀해졌다는 점이다. 아무렴 마음 정리, 생각 정리하는데 인스타만한게 없는데 말이다. 비밀계정의 시작은 올해로 약 3년 정도 된 것 같다. 631개의 게시물이 있고 글이 쌓이면 쌓일수록 더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간혹 싸이월드처럼 인스타그램이 사라지면 어쩌나하는 불안함이 있지만 글이 사라지더라도 나의 일부분으로 남아있을테니 괜찮을거란 모순된 배짱을 갖고 있다. 그러니 나는 계속 끄적여볼란다. 다음주 일정인 제주를 남겨두고 이전의 일정들을 되돌아본다.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달쯤일까 무수히 많은 생각들이 내 마음을 거쳐갔다. 혼란과 동시에 나태했다는 경각심, 굳혀지려 했던 보잘 것 없는 아집을 일깨워준 여러가지 일들. 결론은 하나, 매번 다짐해도 미성숙한 내가 정답이다. 그래서 이건 자책도, 후회도 아닌 그냥 생각일뿐 그리고 더 나은 사람이 되려는 결론의 문장이다. 그런게 사람이고, 그래야 인생이라며 위로하고 다짐하며 이러한 반복의 연장이 인생이라고 긍정파워를 뿜겨본다! 나는 아직도 버스 안이다. 쓰고 또 쓰고 계속 글을 쓰는 중이다. 내가 느낀 작은 감정들, 내가 가진 작은 생각들도 하나하나 곱씹고, 되새김질하는 중이다. 무엇하나 놓치지 않고 꼭꼭 씹어 같은 문제로 체하지 않기 위해서 가장 나다운 방법으로 소화시키는 중이다. 몇개의 글을 끄적이니 서울의 모습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다. 눈 깜짝할 새 지나가버리다니 아쉽다. 그래도 좋다. 뭐라도 적으니 그냥 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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