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이 글을 읽으시는 그 어떤 분들이 계시다면, 꼭 이 비디오를 재생하시고 음악을 들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를 따라, 나도 모르게 그곳으로 향했다. 어둠과 음악의 속에서 모두가 넋을 놓고, 공허하고 광대한 '공간'을 그저 느낄 뿐이었다. 모두의 숨을 죽이게 만드는 합창이 끝나고 난 뒤, 하나씩 조명이 켜지며, 빛을 따라 작은 배의 그림자가 온 벽면을 채웠다. 하지만 더 인상깊었던 부분은 따로 있었다. 어느 때가 되자, 빛은 내가 있는 쪽으로 헤드라이트를 쏘았다. 오로지 나 한사람만을 위한 조명이 켜지는 것처럼. 그 빛을 따라 나의 그림자가 벽 면을 채웠다.
그 빛은 나만을 밝혔으며, 그 공간은 나로만 채워졌다. 하지만, 이내, 벽면을 가득 채웠던 나의 그림자는 다른 누군가의 그림자로 채워졌다. 빛은 유유히 돌고 돌 뿐이었다. 나도 모르게 이끌려 들어온 공간 속, 그 속에서 들려오는 예술의 속삭임, 그리고 어둠 속을 떠다니는 배. 아마도 그 배는 인생을 투영하는 것 아니었을까싶다. 모든 음악이 꺼진 뒤, 나에게 남은 것은 길을 따라 보이는 거울이었다. 처음처럼, 음악에 이끌리는 듯, 한 발자국씩 가까이 다가가니, 결국 그 곳에 남은 것은 나, 자신이었다.
내가 예술 작품(유형작품)을 좋아하는 이유, 내가 여행을 다닐 때마다 미술관을 꼭 찾아 다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예술작품이란, '요즘', '최근' 또는 '지금까지' 자신이 지녔던 생각들을 작품 속에 담아, 내 것으로 해석하고 고민하고 흡수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 감상들이 단순히 "우와~"라는 감탄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시관을 걸어다니는 내내, 혹은 전시가 끝나 집에 돌아와서도, 그 전율과 곱씹음을 통해 수많은 생각의 확장을 일으킬 수 있다. 내가 철학을 좋아하는 이유처럼, - 함축적인 메세지 안에서 무궁무진한 해석이 가능한 - 예술 작품들을 보며 느낄 수 있는 생각의 폭은 이로 말할 수 없이 광대하다는 것이다. 그 속에서 느끼고 깨닫는 모든 생각들은 자동적으로 내 행동, 마음, 태도를 다르게 만들며, 작은 성숙이 일어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 예술이고, 우리가 예술을 느끼고 싶어하는 이유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근에 다녀온 이 전시는, North Adams, MA 에 있는 Mass MoCA 라는 곳이다. 옛날 공장을 전시장으로 바꾼 초대형 뮤지엄이다. 뉴욕에서도 이 곳을 방문하기 위해 여행을 오며, 주변에 많은 여행객들을 위한 에어비엔비가 많이 있다고 한다. 당연히 규모가 크니 전시나 작품의 사이즈도 어마어마하게 크다. 얼마나 많은 작품을 보유하고 있냐가 뮤지엄의 자부심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큰 사이즈의 작품을 담아낼 수 있냐도 하나의 위상이 되지 않을까싶다.
체력왕 짐아저씨와 함께 1층부터 3층까지 모든 전시와 작품을 둘러보았다. 물론 간혹 의문이 드는 작품이 있다. '이건 뭘 의미하는거야?' - 대중들에게 이런 소견을 듣는다면 작가의 억장이 와르르 무너질 것 같다. 음, 아니지, 그런 얼토당토한 반응을 보고자 이런 작품을 만든 것일 수도? 우린 아티스트들 의도를 정확히 안다고 자신할 수 없어! -
물론, 또 어떤 작품은 보자마자 내 영혼을 집어 삼키도 한다. 나를 끌어 당기는 작품, 그리고 그 작품 속에서 교감하는 나. 만약 그런 작품을 단 하나만이라도 만난다면, 그날 그 전시회 티켓 값은 뽕 뽑은거 맞다.
미국인들은 대체로, 누군가를 자신의 집에 초대하면 어떤 음식을 대접할지, 어떤 곳을 데려갈지 모든 일정들을 준비해놓는다. "너 가고 싶은 곳 있어?" 보단 "너는 여기를 잘 모를테니 내가 안내할게!" 라는 느낌. 2박 3일 내내, 나를 위해 모든 것들을 준비해주신 두 분께 드릴 수 있는거라곤, 아이스크림 한 콘 뿐이다! "에스더, 아이스크림 원하니?"라고 묻는 질문에, "이것은 제가 사도 될까요?" 라고 물으니, 환하게 웃으면서, "그러고 싶어? 그래! 고마워."라고 답하는 메리아줌마의 배려깊은 마음. 오늘도 참 좋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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