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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꽃: 음악/기록

에릭 볼빈의 <클라크> 테크니컬 스터디 바레이션 ep.2

by estherjo.trumpet 2020. 11. 14.

교본을 모두 읽고 느낀 점


1. “클바”에서 지속적으로 언급하는 이야기 중의 하나가 바로 “holding one note”이다. 그만큼 한 음을 지속하듯 소리를 내는 것이 어려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다양한 장애물을 만났을 때 만큼 ‘지속/유지’가 어려워지는 것은 사실이다. 여기서 다양한 장애물이라 함은 도약, 텅잉, 고음 등 슬러와는 다르게 나아가는 호흡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말한다. 볼빈은 그런 장애물들을 천천히 넘어갈 수 있도록 “클바”를 통해 방법을 제시해주는 것만 같았다. “클테”에서는 첫번째 연습부터 F#의 소리로 시작한다. 반면, 볼빈의 “클바”는 중간 음역에서부터 고음 음역까지 서서히 올라가며, 편안한 ‘상태’에서 부는 느낌을 고음에서도 유지시키고자 하는 목표가 선명하게 보인다. 하물며, “클바”의 지시사항을 읽지 않은 채 바로 연습에 임하더라도, 교칙본의 의도를 누구나 알아차릴 수 있게끔 교본의 구조를 잡아놓았다. 이 점이 참 마음에 들었다.

2. 손가락이나 고음의 문제가 있을 때 최선을 다해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될 때까지 하는 연습)가 필요할 때가 있긴 하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그날 해결이 되지 않는 부분을 (예를들면 고음), 시간을 두고 해결하고자 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의 하나이다. 시간을 두고 해결해야 하는 이유는, 첫째, 말그대로 그 연습은 시간이 걸리는 일 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느 누구도 사과가 떨어질 때 까지 사과를 기다리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연습이란, 한번의 점프로 사과를 딸 수 있는 단순한 작업이 아니다. ‘지속적인 훈련’을 했을 때 빛을 보는 경우가 태반이며, 말그대로, 꾸준한 연습을 통해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손가락이든, 고음이든 최선을 다해 연습을 하되, 그 날에 해결이 되지 않았다면, 우선 다음 훈련으로 넘어가고 내일 또 다시 연습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나의 이러한 생각을 볼빈 역시 언급하고 있다. 저자는 고음에서 문제를 직면하게 된다면, 멈추고, 쉬고, 다시 시도하는 연습을 하지만, 끝내 해결이 되지 않는다면, 일단 다음 바레이션 연습으로 넘어가는 것을 제안한다.

둘째, 우리는 ‘그 부분’을 잘하기 위해서 연습을 하는게 아니라, 아름다운 소리를 내기 위해서 ‘그 부분’을 연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본기를 주구장창 훈련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악기를 적잖게 불어본 사람이라면, ‘기본연습’에 대한 딜레마에 빠질 수가 있다. 이미 다 아는 연습, 이미 손가락도 다 돌아간 연습, 이미 다 외워버린 똑같은 연습을 어떤 목적을 가지고 연습해야 하는지 방향을 잃어버리는 딜레마 말이다. 이에 대한 나의 생각은 이렇다. 우리는 단순하고 ‘쉬운’ (이라고 착각하는) 기본기 연습을, 한번 외워놓으면 평생을 까먹지 않는 일, 가령 구구단을 외운 것과 같은 일이라고 착각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음악은 외울 수 있는 예술이 아니다. 음악은 매일마다 다른 상태의 시간을 타고 흘러가는 예술이다. 돛이 달린 배를 생각해보면 좋을 것이다. 언제 어디서 어떤 바람이 불어올 지 모르는 바다 위에서, 배가 뒤집히지 않게, 균형을 맞춰야 하는 뱃사공은 어느 방향에서 바람이 불더라도 안정적인 균형을 유지 할 수 있는 그 상태를 갖고 있는다. 그는 배 위에서 완벽한 안정과 균형을 맞추는 일을 물고기를 잡는 일보다 더 많이 했을 것이다.

나는 기본기가 바로 뱃사공이 균형과 안정을 훈련하는 일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완벽한 연주자에게는 그들의 완벽한 연주가 흐트러지지 않게 유지하는 일 일 수도 있으며, 아직 완벽하지 않은 연주자들이 완벽해지고 싶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연마해야 하는 일 일 수도 있다. - 우리가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연주자들의 인터뷰를 보면 그들은 언제나 “음악 안에서는 나에게 완벽이란 있을 수 없다.” 라는 겸손한 답변을 내놓는다. 완벽한 그들도 하는 기본기 연습을 우리가 안하고서야 과연 어떻게 아름다운 소리를 가질 수 있겠는가. - 결론적으로, 기본기 연습이란, 악보에서 읽어지는 음계들이 비록 같은 음들 일지언정, 계속해서 더 아름다워지고 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듯 싶다.

3. 앞서 언급했듯이, 과잉 움직임에 대한 엄격한 조언이 적혀있다. 나는 이 부분을 읽자마자 빌저 선생님이 떠올랐다. 선생님은 연주를 시작하기 직전에, 숨을 들여 마시고 첫소리를 내는 그 간발의 차에서, 나의 몸과 악기를 고정해서 연주하기를 원하셨다. 물론 볼빈이 언급한 “과잉적인 움직임”은 턱에 대한 말이긴 하였지만, 나는 선생님의 그날의 레슨과 볼빈이 말하고자 하는 나용이 일맥상통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음악에 빠져들어 무의식적으로 움직이는 것 외에 (어쩌면 이것조차 브라스연주자들에게는 꽤 좋은 모습은 아닐 듯 싶다), 의도적인 움직임이 과해지면 악기 소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 맞을 듯 싶다. 팔부터 상체의 상부까지 일정하게 움직이는 움직이라면 상관없겠지만 (마치 로보트처럼) 팔과 페이스를 따로 움직이면서 소리를 내는 것은 지양해야 할 듯 싶다.

4. 마지막으로는, “클바”는 오리지널을 지겹도록(?)하여, 연습 루틴에 새로운 맛을 찾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기존 테크니컬 스터디를 바레이션한 교칙본임으로 그렇게 낯설지는 않다만, 변형된 전개가 약간의 신선함을 준다. 저작권을 위해 악보를 올린 수 없기에 한 페이지만 업로드 하여 어떠한 형식으로 바레이션되는지 공유하겠다. 아래의 악보와 같이 변형이 되기 때문에, 아차 하는 순간, 손가락을 틀릴 수도 있다. 집중력은 덤, 게다가 익숙하지 않았던 손가락 패턴을 연습하는 것도 참 좋았다.

www.bolvinmusic.com 이 사이트로 들어가면 볼빈의 다양한 교본들을 더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이 글을 읽고 볼빈에 대한 흥미가 생기신 분들은 사이트로 들어가서 더 많은 책들을 찾아보고 읽어보시기 바란다.

* 내가 이 시리즈를 시작한 이유
https://eunbyeolesther.tistory.com/m/233

아름다운 트럼펫 소리를 위한 시리즈

- 서론 아름다운 트럼펫 소리를 위해서는 가장 기본이 되어야하는 것은 단연코 '연습'이다. 하지만 이성적 고찰이 없는 '연습'은 이상적인 '연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우리의 많은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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