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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보석: 추억/글

젊음이 구실이 되지 않도록

by estherjo.trumpet 2023. 1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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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9월 @경기도

'책임'에 대한 무게가 실감이 된다. 서른을 앞 둔 이 시점에, - 내가 내 입으로 '서른'을 앞뒀다고 말하다니! 고작해봐야 스물 여섯정도 된 것 같은데,... 뭐? 내가 서른이라고?!" - 물론, 이전에도 마땅한 책임과 몫을 다하며 살아왔다. 주어진 기회와 시간을 그저 흘려 보내지 않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요즘 느끼는 책임감은 이전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책임의 종류들이 크게 달라진거 같진 않은데, 내 마음이 달라져서일까, 일종의 중압감 때문일까? 어쨌거나 조금 더 깊고 무거워진 것은 확실하다.

2023년 9월 @경기도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가 무엇이냐 묻는다면, 단연코 '시간'이다. 한정적임과 동시에 무한한 가치를 지닌 유일한 자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평하게 주어지는 이 '시간'을 어떻게 대하고, 활용하는지에 따라 삶의 밀도가 판이하게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시간을 썼을 때, 다시말해, 그 시간을 투자했을 때, 가치가 떨어진다고 느껴지는 '것 들'을 멀리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그런데, 그렇게 소중하다고 여기는 시간을, 최근들어 남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미래'에 대해 올바른 초첨이 없으니 제대로 활용을 하며 보내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3년 9월 @경기도

(사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이십대 후반이라면 여전히 젊은 나이고, 충분한 가능성을 가진 때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도 올바른 방향과 중심을 가진 이들에게나 존재 할 가능성이지, 허상을 바라는 사람에게는 그저 답답한 형편일 뿐이다. 요즘의 나; OPT 승인이 되지 않아 갑작스럽게 한국에 돌아왔고, 내년에 새로운 비자로 돌아갈 '이유'가 있어 조급하지 않게 '인생의 휴학기(?)'를 보내는 - 는 행복한 베짱이의 삶을 사는 중이다. 물론, 이러한 베짱이의 삶이, 다음 스텝에 기동력을 주는 쉼이자, 실속있는 삶을 운영할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라 생각한다. 

2023년 10월 @남산

다만, '여유'라는 눈가림 속에서, 달려 나가야 할 이 시간을 열없이 보내고 있지는 않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소 격한 표현일 수도 있겠지만, 혹시 '경험'이라는 말로 애둘러, 책임을 '회피'하는게 아닌지, '젊음'이라는 핑계로, 책임을 '미루고' 있진 않은지, 어쩌면 '꿈을 꾼다'는 '방패막이'로 지금의 현실을 '도피'하는게 아닌지, 진솔하게 파악 할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허송세월 속에서 외치는 '꿈'은 비전이 아닌 '사기'일 뿐니까.

2023년 11월 @나트랑

누구나 '노래하는 베짱이'의 삶을 꿈꿀 것이다. 세상만사의 고민없이 자아실현을 위해 사는 삶, 말만 들어도 얼마나 좋은가! 하지만, 우리가 한량이라 여기는 그 베짱이에게도, 좋은 노래를 선별하고자 고심하는 시간, 제대로 된 가창 실력을 뽑내기 위해 노력하는 시간, 이렇게 사는 자신의 삶이 옳은지에 대해 고찰하는 시간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우리가 가늠할 수 없는 비하인드가 분명 있었을 것이다. 마치 지금의 나처럼. 그러니, 베짱이의 삶이 함부로 '쉬웠을거라' 생각하지말고, 그 젊음이 감히 '한가로웠을거라' 생각하지 말아야한다.

2023년 11월 @나트랑

철에 따라 느끼는 생각의 종류와 깊이가 달라지는 것 같다. 건드려오던 생각에 답을 찾기도, 염두해두지 않았던 일들에 관심이 가기도, 잠시 망설이더라도 끝내 믿음으로 나아가는 고집도, 이 모든 것은 결국 나의 자아가 꿈틀거리고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 그리고 이십대의 마침표를 찍는 지금, 나에게 찾아온 이 꿈틀거림이 너무 좋다. 너무 감사하다. 그리고, 앞으로 내가 감당해야 할 책임이 더 무거워지더라도, 더 어려워지더라도. 충분한 고민과 고찰로 그 때의 나에게 지혜로운 답을 주는 어른이 되고 싶어진다.

(근데... 이제 한국도 만나이라며? 그럼 나 아직 만28살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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