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주기적으로 게으름이 찾아온다. 언제 한번씩이라고 규정할 순 없지만, 짧으면 한달, 길면 두달에 한번씩인 것 같다.
일단 게으름이 시작할 때는,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그 기운을 느낄 수 있다. 베개에서 머리가 ‘절대’ 안 떨어진다. 반 수면상태에서, “일어나야하는데?” 라고 생각하는 순간 다시 잠에 빠져버리는데, 이런 식으로 다시 자버린 날에는 정오가 되도, 나의 방은 깜깜밤중이다.
이렇게 맞이한 아침이 상쾌할 일은 별로 없다. 사실 나 역시, 예전에는 이런 주기적인 게으름 때문에 나 스스로를 자책하기도 했고, 그 때문에 짜증이 섞인 기분으로 아침을 맞이하곤 했었다. 많이 잤지만 몸은 왜이렇게 찌뿌등한지, 기분부터 망친 그런 하루는 이미 ‘버려진 하루’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대로 남은 시간을 낭비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일까, (아마도 졸업을 하고 나서 부터였을 것이다. 내 시간을 내 멋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을 때부터) 이제는 이런 게으름을조차 나의 소중한 일상이 되어버렸다. 게으름을 부리는 시간을 자세히 살펴보니, 이 시간이 나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내가 이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그리고 왜 그렇게 활용을 했는지 깨닫고나니, 이거야말로 나의 인생 중에 없으면 안되는 시간이라는 걸 알아챘기 때문이다.
오늘은 게으름을 어떻게 소중할 수 있는지, 나에게 게으름란 어떤 의미로 자리를 잡혔는지 말해보고 싶다.
우선 (질문), 나에게 게으름이라는 패턴이 간헐적으로 일어난다는거는 분명, 인지하지 못했더라도, 나 스스로가 이것을 의도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는 것 아닐까?
(답변) 맞는 것 같다.
잠깐 거슬러 올라, 나는 여지껏 내가 프리랜서로 살아야 할 운명이라고 생각해왔다. 물론 언젠간 바뀔 수 있겠지만, 26살의 나는 현재까지도 프리랜서의 삶을 추구하고 있고, 앞으로도 이러한 삶을 갈망 할 것만 같다. 프리랜서를 추구하는 이유들이 정말 많지만, 그 중에서도 원탑은 나의 휴식을 내가 선택해서 쉴 수 있는 직종이라는 것 때문이다.
1. 나는 열정이 정말 많은 사람이지만, 그 열정이 끝나고 나면 체력과 기력이 순식간에 빠져 나가, 아무 것도 못하는 시체 상태가 된다. 그럴 땐 원하든 원치 않든 나는 무조건 휴식을 선택해야 한다. 정해진 시간은 없다. 몸이든 마음이든 충분히 쉴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안그럼 병이 날수도!) 이렇게 기약없는 휴식을 누리려면 프리랜서가 되어야 할 것만 같다.
2. 나는 장기적인 목표일지언정, 단기적으로 쪼개서 달성하는 편이다. 어떤 일은 단 하루만 투자해도 되는 것이 있다. 가령 분리수거? 하지만 우리가 목표하는 일들은 대부분 장기적으로 두달, 혹은 1년 이상되는 것들 일 것이다. 장기적인 일은 때를 기다리며 오래 묵히고 버텨내는 것이 능사일 듯 싶지만, 이러다보면 미루는 습관이 생기기도 한다. 그래서 아무리 장기적인 일이라도 그 안에서 찾아낼 수 있는 단기적인 목표들을 여러개 만들어 여러번 이루고 계속해서 달성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꽤나 좋은 모습인 것 같다. 긴 여정일 수록, 나만의 목표 지점을 하나씩 설정해 놓고, 그 곳에 도달했을 때, 만족을 누리기도 하며, 그때 재충전을 위한 쉼을 허락해주기도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야지만 지치지 않고 장기적인 목표에 더 만족스럽게 도달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이러한 나만의 룰 속에서, 합리적인 보상 누리려면 살아가기 위해선, 역시 프리랜서로 살아가야만 할 것 같았다.
아무튼 프리랜서를 꿈을 꾸며, 이토록 게으름을 누리고 싶어하는 궁극적인 이유가 무엇이냐함은, 바로, 나에게 게으름은 ‘도약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게으르다.’ 라고 말하는 것은 움직이고 일하기 싫어하는 태도를 말하는데, 나는 움직이지 않고 일하기 싫어하는 이 상태에 엄청나게 많은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
무수한 자료를 받아드리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그동안 나의 언어로 되새김하지 못했던 배움이나 경험들을 미친듯이 수용하기 시작한다. 소름이 끼치도록 감동적이었던 이상이나 신념을 찬찬히 느끼기 시작하고, 나의 미래, 꿈, 과정들을 마음껏 상상하고 꿈을 꾼다. 그리고 용솟음치듯 떠올랐던 아이디어를 글로 풀어헤치고, 거기에서부터 방향을 잡아 다음에 어떤 새로운 일을 도전해볼지 계획을 하기도, 기대에 가득차기도 한다. 즉, 나에게 움직이지 않는 그 순간은, 내가 곧 생각할 수 있는 순간이 된다. 내가 움직이지 않는 순간에, 나의 머리가 움직이기 시작한다는 말이다.
그러다보니, 내가 잠시 부리는 게으름은, 나에게 불필요가 아니라 필수불가결한 상태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렇게 생각하고 이유가 찾아지니, 내가 게으름을 싫어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즉, 내가 게을러서 나를 싫어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의미이다. 이 순간은 나를 다시 가꿀 수 있는 또 하나의 내모습일 뿐일 뿐더러, 이 상태를 통해 나를 더 깊게 알아갈 수 있다. 이게 바로 내가 게으름을 사랑할 수 밖에 없던 나의 이야기이다.
뭔가 게으름을 권장하는 듯한 글이기도 하고, 나의 게으름을 합리화하는 모습이 적잖이 보일 수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나의 맹점은 사람이 게으를 때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럴 때가 분명 필요하다는 것이다. 게을러진 시간에 게을러진 이유를 찾아보면, 그게 쉼을 원해서일 때가 분명 있기 때문이라는걸 말하고 싶었다.
그 이후, 나는 아직까지 게으름을 부린다. 하지만, 이 친구가 찾아올 때면, 너 왔구나, 라고 생각하며 세상 태평 상태로 밍기적 거리는 하루를 보내곤 한다. 그치만 예전처럼 자책을 하지도, 짜증을 섞지도, 심지어 버려진 하루라고 되려 시간 낭비를 하는 미련한 짓을 하지도 않는다.
아마, 나 말고도 이 글은 읽은 분들 중에서, 나처럼 게으름이 문득 문득 찾아오시는 분들이 있을 수도 있다. 나는 그런 분들께 이런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다.
만약 어느날 갑자기 눈이 일찍 떠진다. 일이 하고 싶어진다. 계획했던 일들을 당장 시작하고 싶다면, 그때가 바로 나의 게으름은 끝이 난 날이다. 하지만 반대로, 만약 어느날 갑자기 눈이 떠지지 않는다. 일이 하기 싫다. 열정을 불태웠다. 잠깐 쉬고 샆다면, 그때는 게으름이 시작된 날이다.
그 게으름은, 당신이 정말 열심히 살았기 때문에, 찾아온 시간이고, 그 시간은 분명 당신에게 도약의 과정이 될거라고. 당신은 그 게으름을 누리셔도 될 뿐더러 게으름뱅이가 된 그 순간조차도 자책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저 충분히 쉬고 회복하며, 곧 다시 찾아올 당신의 열정을 마음껏 환영하기 위해 지금을 즐기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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