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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보석: 추억/일상

베를린필 내한

by estherjo.trumpet 2017.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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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두달동안 고대하고 기다리던 베를린필 내한 날이다! 끄아앙 게다가 오늘은 가보 타르쾨비의 마스터클래스가 있던 날! 1차 청강 티켓은 모르고 있어 놓쳤는데 레슨생 한 분이 알려주신 덕분에 2차 청강에 성공하고 함께 참석했다!

일단 너무 잘생겼다. 다리가 진짜 엄청 길고 생각했던 것보다 키도 엄청 크셨다. 악기를 이렇게 잘불면서 이렇게 멋지면 정말 어떡하라는거죠.

시디 사들고 갔더니 검정색 표지여서 직접 자기 사진 찾아서 사인해주셨다. 마클이 끝나고 느낀거지만 지난주 진스 린더만과 타르쾨비의 마클을 보니 유럽과 미국의 두 스타일이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시디에 사인도 받고 말도 걸어보고 사진도 찍고 으앙 너무 행복했다. 진스 린더만을 표현한 것 처럼 타르쾨비도 정의해보자면, '겸손과 인정, 정확함과 확실함'을 가진 연주자라고 표현하고 싶다. 4시간동안 진행되는 레슨에도 흐트러짐 없이 완벽히 소화해내는 체력과 실력이 너무 멋졌고, 마지막 학생의 레슨까지 칭찬을 아끼지 않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며 진짜 열일곱번 반했다♡

지난번 서울대 브람스를 보고 2층에서 연주를 봐야겠다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1층에서 안보면 안될 것만 같은 예감이 들어 결국 1층에서 봤다. 두달동안 고생한 보람이 있었는지 마지막에 c석 정 중앙에 자리가 나서 고민도 없이 바로 결제했다. 내 평생 이렇게 비싼 티켓을 사본 적이 없는데 45만원 내고 나니 이제 웬만한 티켓값에는 별 반응도 없어졌다.

그리고 단 0.1의 후회도 없이 만족. 아니, 아마 이 자리에 못안졌다면 엄청 속상했을뻔했다. 래틀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고 항상 유튜브에서 봤던 연예인 같은 연주자들을 코 앞에서 보고, 그들의 연주를 코 앞에서 듣게 되다니! 처음에 엄청 화려하고 반짝반짝 시작되는 페트루슈카는 잊을 수가 없다 하 심장♡

마지막 인사할 때 가슴에 손 얹고 이 곳에 와주셔서 감사하다는 표현을 조금도 숨김없이 다 표현해내는 래틀경이 너무 존경스러웠다. 이래서 최고의 지휘자라는 찬사를 받을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자유롭고 행복해 보였는지 오케스트라에 대해 다소 소극적이었던 내 마음에 신기하고 놀라울 정도의 꿈이 생겨났다. 이런 연주자들과 함께 전세계 투어를 하고 다니면서 연주하면 얼마나 재밌고 행복할까? 라는 생각이 든다. 시디 플레이어를 틀어 놓은 것처럼 조금의 오차도, 흔들림도 없던 완벽했던 연주. 앞으로 완벽이라는 단어를 함부로 쓰면 안될 것만 같았다. 이런게 완벽이니까 ㅋㅋㅋㅋ 하 최정상급 오케스트라는 진짜 달라도 차원이 달랐다.

위에서 말했던 래틀이 가슴에 손을 얹고 인사하던 사진이다. 그리고 하나도 보정하지 않은 베를린필의 전체샷. 하, 연주 시작 전부터 연주까지 어찌나 '자유'스러웠던지. 보는내내 진짜 음악을 하고 있는 연주자들인게 마구마구 느껴졌다. 내가 바라고 원하는 이상향이 저 무대 안에 다 있었다. 45만원의 가치 이상이었던 시간. 올해 내가 제일 잘한 일!!!!!!

 

오늘 느낀 생각들과 감정들이 날라가기 전에 적어놓으려고 바로 카페에 들어왔는데 마감시간이 가까워서 정리를 못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 꼭 잊지 말아야겠다고 머릿속에 몇번이고 새겨놨던 것이 있다. 래틀경이 음악 앞에서 개구장이 소년처럼 신나했던 모습, 수석 현악기 연주자들이 생글 생글 웃는 모습으로 교감했던 모습, 각 퍼스트 연주자들이 솔로 부분에서 거침없이 뿜어냈던 모습들이다. 신나서 하루종일 인스타에 사진을 올렸던 생각이 난다. 다시 생각해봐도 오늘은 너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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