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으로 채워진
단 하루도 방심하지 말라. 운명은 우리를 조롱하길 좋아한다. 우리가 방심한 사이에 급습하기 위해 우연으로 보이는 일들을 준비할 것이다. 따라서 재능과 지혜, 용기 심지어 아름다움까지도 늘 시험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가장 자신만만한 날이 가장 불명예스러운 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가장 조심해야 할 때 가장 방심하는 법이다. 따라서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파멸을 위해 덧걸이를 거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편, 우리가 무방비 상태에 있을 때 종종 의도가 담긴 전략을 가지고 다가와 우리의 완벽성을 시험한다. 이것을 통해 엄격하게 검증하려는 것이다. 이런 계책이 있는 사람들은 시험의 날을 정할 때, 상대가 자신만만해하는 날은 교활하게 그냥 넘어가고, 방심하는 날을 선택한다.
깨달음을 느끼기란 쉽다. 하지만 그 '깨닮'을 '실행'으로 잇는 것은 꽤나 어렵다. 게다가, 그러한 어려움을 꾸준히 지속한다? 그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괜히 있을까. 그렇다. '감정'의 파동으로부터 시작된 신선한 '자극', 그 자극으로부터 온 ‘흥미’를 꾸준히 '유지'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렵다. - 동시에 위대한 일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그렇기에 꾸준하고 성실한 사람이 '결국'에 이루어내는 사람이 될 수 밖에 없는 것 아닐까. '자극'은 우리를 움직이게 만든다. 관건은 그 자극으로부터 시작된 움직임을 오래 영위해나갈 수 있느냐이다. 깨달음을 감정의 자극으로만 남기는 것이 아니라, '행위'로 이어나갈 수 있는지 말이다.
맨 위에 적은 글은, [사람을 얻는 지혜]에서 나온 내용이다. 나는 "하루도 방심하지 말라"는 의미가, 결코 걱정과 두려움에 떨며 살라는 이야기로 들리지 않는다. 그저, '방심'이라는 '행태'를 주의하고, '겸손'의 중심을 잃지 말라는 말로 해석될 뿐이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도 없고,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터지며 '재미'를 느끼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니.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오고, 기회는 준비된 자가 잡을 수 있는 것처럼. 우연을 가장한 시험이 찾아왔을 때, 단단하게 받아드리고 넘어설 수 있는 '겸손히 채워져있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2023. 5.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