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모임 5회차 : 겨울이 오기 전
코트를 입는 계절, 눈이 오는 계절, 군고구마가 생각나는 계절이 찾아오면, 문득 떠오는 드라마가 하나 있다. "도깨비". (도깨비는 기리 기억 될 진짜 마스터피스인 드라마 인 것 같다ㅋㅋㅋ 아주 잘만든 드라마라며 칭찬 한사발 붓고 지나갑니다 ㅋㅋㅋㅋ) 아무튼, 최근에 추어진 날씨 덕분인가, 도깨비가 생각이 났다. 그래서 다시 정주행을 하고 있는데. 괜스레 밥먹다 눈물도 훔치고, 김고은의 사랑스러운 연기에 괜히 흐뭇해지며, 괜히 공유가 내 오라버니 같은 그런 며칠이었다. (ㅋㅋ) 그러던 어느날, 내 가슴에 격렬하게 박혀 촉촉히 녹아 든 대사가 한 줄 있었다.
모든 순간이 선했던 자, 유신재
도깨비 김신을 모시던 유회장의 죽음 앞에서, 그의 묘비명은 "모든 순간이 선했던 자" 라고 적힌다. 와... 모든 순간이 선했던 자, 라니. 저 대사가 읊어지는 동안, 나의 생각의 회로는 일시 정지가 된 듯 멈춰버렸다. 아마도 저 대사의 오롯한 감동을 그저 그대로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오늘, 격한 감동이 살짝 수그러든 지금. 나는 그 감동을 다시금 느끼기 위해서 일시 정지 시켜뒀던 나의 생각을 타자 위에서 풀어보련다.
*
언제가 초등학생 친구가 나에게 이런 질문을 했었다.
- "선생님은 마지막 꿈이 뭐에요?"
- "선생님은 백발 할머니가 되었을 때, 흔들 의자에 앉아 내 인생을 참 잘 살아 후회가 없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게 최종 꿈이야. 라고 대답을 했다.
맞다. 직업적인 꿈이 아닌 나의 인생의 꿈은 후회스럽지 않은 삶을 살아내는 것이다. 어릴 적부터 나의 좌우명은 "후회없이, 추억 많이, 그리고 행복하게"였다. 유명한 명언이나 격언이 아닌, 그냥 내가 지어낸 나의 삶의 방향성은, 바로 후회가 없는 삶이었다.
고작 100년 정도, 소풍이라도 온 듯 주어진 짧은 인생을 그 어떤 후회가 남지 않게 열심히 살아보고 싶었다. - 아무렴 살다보면 후회하는 일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이미 후회하는 일들도 있다. 큰 위인이 아니고서야, 내 모든 순간들을 후회하지 않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그나마 , 조금이라도, 덜 후회할 수 있는 삶을 살도록, 매일같이 나에게 해주는 말이다. - 과감한 용기로, 많은 것들을 두드려보고, 모든 것을 다 해낼 수 있다는 믿음과 최선으로 살라는 그런 의미를 담아.
그런데,
저 대사를 듣고 난 뒤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26년 동안 추구해왔던 최종 꿈이자, 나의 좌우명 안에 '모든 순간이 선했던' 이라는 명제를 합친다면, 그것이야말로 괜찮은 어른으로 삶을 매듭 지을 수 있는, 진정한 행복의 비결을 알고 죽을 수 있는, 참으로 이타적인, 그런 마지막 꿈이 될 수 있겠구나 라고 말이다.
나약한 인간에게 모든 순간은 결코 선할 수 없다. 비단 행위 뿐만 아니라 언행과 생각으로도 부정 이상의 악한 생각을 가질 수 밖에 없으니 말이다. 허나, 나의 나약함을 인정하고 모든 순간에 '선'하기를 매일 매일 다짐한다면, 그런 인생을 선택한다면, 참, 고것이야 말고 아름다운 인생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
-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가?
참된 어른은, 시간의 물리학으로 지정된 계급, 나이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가끔, "저 분은 참, '어른' 같다." 라는 생각이 드는 분들이 있다. 물론 그 분들의 나이는 나보다 이미 수십년 앞서 있으셨지만, 단지 나이로 얻어진 기품이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 그런 분들의 눈빛은 그윽하지만 깊고, 제스처 하나에도 바른 예의와 우아함이 넘쳐흐른다. 에너지는 말할 것도 없이 건장한 삼십, 사십대의 사람들보다도 강력하고 또렷하다.
과연, 어떤 자세로 삶을 살아오셨길래 저런 에너지를 가질 수 있는 것인지... 신기하고 대단하고 그렇다.
마음 같아선, "어떻게 살아오셨길래 그러신가요?" 라며 물어보고 싶지만, 그럴 순 없으니, 나역시 아직 답은 모른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야 물어보지 않아도 알아챌 수 있는 것인가. 아무튼 여전히 '정답'은 모르겠다. 하지만, 그냥 나의 감으로, "모든 순간을 선하게" 살아가는게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는 답이지 않을까... 뭐 그런 생각이 든다.
*
내가 남겨둔 글이나 영상들이 나의 젊은 날을 기억할 수 있는, 어른으로 향한 성장의 과정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발자취가 되었음 좋겠다. 오늘 이 글을 마치면서,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하나있다.
"선을 향해 최선을 다하며, 용기를 잃지말고 너의 삶을 살길."
https://brunch.co.kr/@eunbyeolesther/7